2차 협력사 공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임금 체불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우리 회사와는 직접 계약도 없는 곳입니다. 이것은 우리 책임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책임이다” 또는 “우리와 무관하다” 중 하나로 바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닙니다. 먼저 사실을 확인해야 하고, 그다음 우리 회사가 그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직접 일으켰는지, 문제에 기여했는지, 거래 관계로 연결되어 있을 뿐인지에 따라 해야 할 일이 달라집니다.
왜 지금 이 질문이 중요할까
ESG에서 사회(S) 영역의 핵심 질문 가운데 하나가 공급망 인권입니다. 그런데 공급망은 1차 협력사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1차 협력사의 하청, 그 하청의 원료 공급처까지 이어지고, 문제는 대개 가장 멀고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깁니다.
EU에서는 대기업에 공급망 전반의 인권·환경 실사 의무를 부과하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이 2026년 3월 개정(Omnibus I)을 거쳐 적용 대상이 크게 줄었지만, 대상 기업은 직접 거래처뿐 아니라 간접 거래처까지 위험 기반으로 살펴야 합니다. 국내에서도 인권·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습니다. 법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닌 중소·중견기업도, 대기업 고객사의 협력사 설문이나 계약 조항을 통해 같은 질문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생깁니다
예시 상황 (실제 사례가 아닌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시나리오)
국내 중견 부품 제조사 A는 1차 협력사 B에게서 부품을 공급받고, B는 그중 일부 공정을 2차 협력사 C에 맡기고 있습니다. 어느 날 외부 단체를 통해 C 공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임금 체불이 있다는 제보가 A에 들어왔습니다. A의 첫 반응은 “우리는 B와만 계약했다”였습니다.
SCENARIO가정에 의한 예시입니다. 가정: A→B는 직접 계약, B→C는 하도급 관계, 제보 내용은 아직 사실 확인 전. 실제 기업의 사례가 아닙니다.
A와 B
직접 계약(1차 협력사)
B와 C
하도급(A와 계약 없음)
C 공장 제보
장시간 노동·임금 체불(사실 확인 전)
계약 관계만 보면 A는 C와 무관해 보입니다. 하지만 C가 만든 공정이 A의 부품에 들어갑니다. 게다가 A가 최근 B에게 납기를 크게 앞당기거나 단가를 낮추도록 요구했고, 그 부담이 C의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졌다면, A는 단순히 “연결된” 것이 아니라 문제에 “기여”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단계에서 “A의 공급망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Evidence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사실 확인이 필요한 제보가 있고, 그 사업장이 A의 공급망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까지입니다.
확인해야 할 지점 — 우리는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과 OECD 책임 있는 기업 행동 지침은 기업이 인권 문제와 연결되는 방식을 세 가지로 나눕니다. 연결 방식에 따라 기대되는 대응이 다릅니다.
| 연결 방식 | 의미 | 기대되는 대응 | 확인할 Evidence |
|---|---|---|---|
| 원인 제공cause | 자사의 활동이 직접 문제를 일으킴 | 중단하고, 피해를 구제 | 자사 사업장의 근로시간·임금 기록 |
| 기여contribute | 자사의 요구나 관행이 다른 기업의 문제를 부추기거나 쉽게 만듦 | 기여를 멈추고, 영향력을 활용해 완화하며, 구제에 참여 | 발주 이력, 납기·단가 변경 기록, 구매 관행 |
| 직접 연결directly linked | 자사가 일으키거나 기여하지 않았지만, 거래 관계를 통해 제품·서비스가 문제와 이어짐 | 영향력을 활용해 거래 상대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요구·지원 | 공급망 지도, 거래 비중, 계약 조항, 후속 조치 기록 |
세 번째 경우에도 “우리 책임이 아니다”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직접 일으키지 않았더라도, 거래 관계라는 영향력을 활용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움직이는 것이 기대됩니다. 다만 연결 방식은 제보 한 건만으로 정할 수 없습니다. 사실관계와 A의 구매 관행을 함께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Evidence — 실사가 실제로 작동했는가
OECD 실사 지침은 인권 실사를 일회성 점검이 아니라 반복되는 과정으로 봅니다. 정책을 세우고, 위험을 찾아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방·완화 조치를 하고, 결과를 추적하고, 대응을 알리고, 필요하면 구제에 참여하는 흐름입니다. 이 흐름이 실제로 작동했는지는 다음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공급망 지도: 1차 협력사뿐 아니라 그 너머의 주요 공정과 사업장을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지
- 위험 평가와 우선순위: 업종·지역·공정별로 어떤 인권 위험이 높은지 평가하고, 어디부터 볼지 정했는지
- 구매 관행 점검: 납기 단축이나 단가 인하 요구가 협력사의 근로 조건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검토했는지
- 계약 조항과 전달 체계: 인권 기준을 1차 협력사 계약에 넣고, 그 기준이 하도급까지 전달되도록 했는지
- 고충처리 채널: 협력사 노동자나 외부 단체가 문제를 알릴 수 있는 경로가 있고, 접수된 제보를 처리한 기록이 있는지
- 후속 조치 기록: 문제가 확인된 뒤 개선 요청, 재점검, 구제 참여를 했는지
직접 하지 않았다고, 연결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판단의 한계와 관련 기준
“인권침해가 있었다”도, “우리와 무관하다”도 성급한 결론입니다
제보가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인권침해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계약 관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관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도 성급합니다. 또 하나 흔한 오해는 “문제가 생긴 협력사와 거래를 끊으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거래 중단은 영향력을 활용한 개선 노력이 효과가 없을 때 검토하는 마지막 수단에 가깝고, 거래를 끊으면 그곳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또 다른 피해가 생길 수 있어 그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관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6년 9월 기준으로 확인한 내용입니다.
-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 2011): 기업이 인권 문제와 연결되는 방식을 원인 제공·기여·직접 연결로 나누고, 방식별로 기대되는 대응을 제시합니다.
- OECD 책임 있는 기업 행동을 위한 실사 지침(2018): 정책 수립부터 위험 식별, 예방·완화, 추적, 소통, 구제까지 여섯 단계의 실사 과정을 제시합니다.
-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2026년 3월 발효된 Omnibus I 개정으로 적용 대상이 종업원 5,000명 초과이면서 매출 15억 유로 초과인 기업으로 좁혀졌고, 회원국의 국내법 반영 기한은 2028년 7월로 늦춰졌습니다. 대상 기업은 직접·간접 거래처를 위험 기반으로 살펴야 합니다.
- 국내: 인권·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으나, 2026년 9월 기준 아직 제정되지 않았습니다.
- ISO 26000: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으로 인권과 공급망을 다루지만, 인증용이 아닌 지침 표준입니다.
근거: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UNGPs, OECD 실사 지침, CSDDD Omnibus I 관련 해설(Business & Human Rights Resource Centre 등), 국내 법안 관련 보도(2026.8). 제도는 계속 바뀌므로 실제 적용 시점에는 최신 원문과 전문가 검토를 거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직접 계약하지 않은 2차 협력사의 문제도 우리가 신경 써야 하나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은 거래 관계를 통해 제품·서비스가 문제와 이어진 경우에도 영향력을 활용해 해결을 돕도록 기대합니다. 계약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협력사 설문을 받았으면 실사를 한 것 아닌가요?
설문은 위험을 찾는 출발점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실사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위험이 높게 나온 곳을 어떻게 확인했는지, 어떤 예방·완화 조치를 했는지, 그 결과를 추적했는지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문제가 확인되면 그 협력사와 거래를 끊어야 하나요?
바로 끊는 것이 최선은 아닐 수 있습니다. 먼저 영향력을 활용해 개선을 요구하고 지원하는 것이 기대되며, 거래 중단은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검토하는 수단에 가깝습니다. 거래 중단이 그곳 노동자에게 줄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EU 실사 지침의 적용 대상이 아닌데 대비해야 하나요?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니더라도, 적용 대상인 고객사가 협력사에 인권 기준 준수를 요구하면서 설문, 계약 조항, 현장 점검 형태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인권 실사를 인증받을 수 있는 ISO 표준이 있나요?
사회적 책임을 다루는 ISO 26000은 인증용이 아닌 지침 표준입니다. 인권 실사는 특정 인증서보다, 실제로 위험을 찾고 대응한 기록으로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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